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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답답하지만 정공법으로 간다

기사승인 2020.11.26  0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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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발표ㆍ1인 시위 등 9.4 합의이행 촉구…의ㆍ정 협상서 ‘현안’ 풀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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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예산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되자,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단체들이 연거푸 성명을 내는 한편, 1인 시위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단, 성급한 투쟁보다는 9.4 합의이행을 촉구하며 정부를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23일 공공의대 설계비 2억 3,000만원이 포함된 보건복지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ㆍ야 합의 불발로 의결되지 못하자 정부 원안이 예결위로 넘어 왔고,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의료계는 보건복지위에 예산안을 상정하는 것만으로도 9.4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해왔다.

실제로 9월 4일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합의에 따르면,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또, 현재 상황은 코로나19가 안정화되기는커녕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의정협의체도 꾸려지기 전이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요구가 합의내용에 부합되는 정당한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여당은 공공의대 설계비가 이미 6월 정부예산안에 반영돼 있어 9.4 의정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합의문>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지역의료, 필수의료, 의학교육 및 전공의 수련체계의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한다. 이 경우 대한의사협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존중한다. 또한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

2.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역수가 등 지역의료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한다. 보건복지부는 협의체의 논의 결과를 보건의료발전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실행한다.

3.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4. 코로나19 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긴밀하게 상호 공조하며 특히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한다.

5. 대한의사협회는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한다.

2020. 9. 4.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이런 가운데 공공의대 예산안 논의 중단과 9.4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의사단체의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에서 공공의대 예산안 논란이 한창이던 18일 전후, 의사협회와 의사협회 대의원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 등이 성명을 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의대 예산 논의가 이뤄진 것은 ‘공공의대 관련 정책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9.4 합의에 위반하는 것이다.”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아직 설립 논의 조차 시작되지 않은 학교 및 기숙사의 설계비 예산을 먼저 편성하려는 것은 피 같은 세금을 불합리하고 무책임하게 쓰겠다는 것이다.”라며, “공공의대 신설은 우리나라 의료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중요한 정책으로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이 예결위에서 통과되자 의사협회는 24일 재차 성명을 내고, “9.4 합의에도 불구하고 공공의대 설계 예산을 반영한 예산안이 이미 복지위에서 삭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예결위에 상정해 통과시킨 국회의 결정에 분노를 느낀다.”라며, “이는 의료계와 여당, 정부가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코로나19 3차 유행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9.4 합의에 명시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민관협력과 의료인, 의료기관에 대한 구체적 지원, 보호책 마련의 약속은 지키지 않으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키로 한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된 예산은 통과시키는 것이 정상적인가.”라고 묻고, “국회가 본회의에서 공공의대 설계 예산 전액을 삭감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정부ㆍ여당은 9.4의정 합의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고 의ㆍ정협의체가 자리잡기 전에, 정부와 국회가 9.4 의정합의를 걷어차고 있는 현실에 분노한다.”라며, “정부ㆍ여당은 9.4 의정 합의서에 명시된 바대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논의를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단하고 원점 재논의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관련 논의 중단 및 원점 재논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합의가 폐기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다.”라고 분명히 했다.

의사협회는 의정협의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대하 의사협회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누구나 보는 게 똑같다. 정부에서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며, “내부에서 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위나 단체행동에 대해선 신중을 기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에서 공공의대 관련 사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정부와 의료계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사안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의정합의는 정부가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적극적 이행을 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의료계는 9.4 합의를 통해 근거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범투위에서 의ㆍ정합의 사전 모임을 갖고 있다. 진전된 논의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재민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의정합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9월 4일 의ㆍ정합의와 의ㆍ여합의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이행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라며, “의정협의를 내실있게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는 법안발의나 언행을 보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의 사이에서 강한 대응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라면서도, “공식단체인 범투위를 통해 한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차 “의료계를 계속해서 도발하는 법안과 언행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1인시위를 통해 의사표시를 했다.”라며, “의협은 의정협의에 긍정적으로 임할 자세가 돼 있다. 우리는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라며 의정협의를 촉구했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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