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사단체들은 앞다퉈 성명을 내며, 경혈두드리기의 건강보험 비급여 등재 취소를 촉구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ㆍ비급여 행위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 개정을 통해, 경혈을 두드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한방 비급여 행위로 등재시켰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 2019년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이다.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 발췌(2019,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감정자유기법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 발췌(2019,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포문을 연 것은 전라남도의사회였다.

전남의사회는 지난 16일 가장 앞서 성명을 내고 “비급여로 시작하지만 자동차보험과 관련된 만큼 국민의 부담을 대폭 올리게 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진단이 남발되게 될 것이다.”라며, “과학적 검증 및 안전성, 유효성, 효율성이 인정된 진료 행위에 한해서만 건강보험에 등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경혈을 두드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는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오히려 주술에 가깝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특위는 “이번 신의료기술 결정은 우리나라 의학의 역주행이며 의료의 퇴보를 상징하는 부끄럽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라며,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의 비급여 행위 등재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감정자유기법은 2015년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 시 당시 근거가 된 자료들이 내용이 부실해 최하위 권고등급으로 유효성이 없다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결론을 내렸으며,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경혈두드리기의 근거 수준이 최하위인 D등급임을 지적했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았다.”라며, “세 차례나 신의료기술 등재가 반려된 초음파 유도하진공보조장치를 이용한 유방 양성병변 절제술(맘모톰)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라고 꼬집었다.

의학 분야와 한방 분야의 신의료기술 등재 검증의 차이를 지적한 것이다.

대개협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향해서도 “신의료기술평가 시 위원명단과 회의 내용을 공개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라.”고 요구했다.

대전시의사회는 건강보험 재정 부실을 우려했다.

대전시의사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일부 교회에서 행하는 부흥회의 통성기도와 감정 자유기법이 어떤 차이가 있으며 내림 굿을 하는 무당보다 치료법의 표준화가 가능한지 정부에 묻고 싶다.”라고 지적했다.

대전시의사회는 “2년전 기준없이 시행된 추나요법의 급여화로 국민에 과도한 의료비 지출과 건강보험의 재정 손실이 증가하고 한의원의 자동차보험인정으로 인해 보험손해율의 급증으로 인해 보험료 상승을 가져 왔다.”라며,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 자유기법의 건강보험 등재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부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대전시의사회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을 분리하고 국민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감정자유기법(경혈두드리기)이라는 한방요법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데 이어, 건강보험에 등재됐다.”라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환자에게 위해성이 없고 안전하다는 이유로 치료적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실함에도 불구하고 신의료기술로 인정하고, 건강보험 의료행위로까지 등재한 것은 의료가 갖는 과학적, 사회적, 경제적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라며, “환자들은 자기의 질병을 치료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개선이 된다는 것을 기대하며 시간과 비용을 지불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민간요법에 불과한 수준의 감정자유기법 대해 의학 전문가의 의료행위와 같은 수준의 신뢰와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수용전념치료(ACT), 변증법적치료(DBT), 마음챙김치료(MBCT) 등을 실제 진료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정신의학 영역에서 국제적으로 인증 받은 과학적 연구논문을 통해 모두 수백회 이상 그 효과와 안정성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며, “연구라고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참담하게 부실한 두 편의 발표 자료를 근거로 경혈두드리기를 애써 신의료기술로 지정해주고, 건강보험등재라는 불공정한 특혜를 주는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따졌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이 정책이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 종사자들의 재정을 돌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라며, “경혈두드리기의 건강보험 비급여 등재의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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