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캡쳐 일부
아고라 캡쳐 일부

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무리하게 요구하다가 거부당하자, 자신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이라고 주장하며 의사에게 막말을 한 환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을 개인의원 원장이라고 밝힌 A 의사는 최근 의사커뮤니티 ‘닥플’과 다음 ‘아고라’에 진료를 하다가 당한 황당한 경험을 올렸다.

A 의사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 B 환자가 병원을 찾아와 왼쪽 발목과 오른쪽 어깨의 물리치료를 요구했다.

A 의사는 “물리치료는 한 부위만 된다.”라며 거부하자 B 환자는 “무슨 말이냐.”라고 따졌고, A 의사는 다시 “정부가 그렇게 정해 놓았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B 환자는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 내가 심평원 직원이다. 한부위만 하라는 게 아니고 한부위만 청구하라는 말이다.”라고 주장했다.

A 의사가 “심평원 직원이면 더 잘 알지 않나? 한부위만 하라는 말이다. 두부위를 하면 돈을 못받는다.”라고 답하자 B 환자의 막말이 시작됐다.

B 환자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여기 앉아 있네. 의사 같지도 않은 게..”라며 문을 열고 나갔다.

A 의사가 “심평원 직원이면 의사가 우습게 보이느냐.”라고 따지자 B 환자는 “그래 우습게 보인다.”라고 쏘아붙였다.

A 의사가 “의사 같지도 않은 의사에게 왜 진료보러 오셨나.”라고 묻자, B 환자는 “그런 줄 모르고 왔다.”라고 대답했다.

A 의사가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다른 병원 가시라.”고 하자 B 환자는 “가만히 안 둔다. 고소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으며 진찰료도 내지 않고 병원 문을 나섰다.

A 의사는 “심평원 직원이면 병ㆍ의원에서 청구도 되지 않는 2부위 물리치료를 강요해도 되나?”라며, “만약 의사가 비용도 받지 못하는 2부위 물리치료를 해준다면 이건 뇌물에 해당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A 의사는 “의사같지도 않은.. 이라는 막말로 의사를 모욕하는 공무원은 과연 누구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인가? 이러한 태도의 심평원 직원은 과연 의사가 행하는 의료에 대한 심사를 공명정대하게 개인의 사견이나 욕심이 없이 처리해 왔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A 의사는 “심평원 직원조차 하루 2부위 물리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적법한 방법으로 국민이 필요한 의료를 제공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공무원의 자세일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이 무서워 공공장소에 글을 남긴다.”라며, “혹여 보복이 들어온다면 후기를 남기겠다.”라며 글을 맺었다.

본지 확인 결과, B 환자는 실제로 심평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심평원 정식 직원이 아니라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용역 직원으로 확인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당사자는 심평원 직원이 아니며, 용역 직원으로 콜센터에 근무한다. 5일 용역업체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용역업체로부터 파견근무를 중단하고 본사로 불러들이기로 했다는 답변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심평원 용역 직원이 심평원 직원을 사칭해 의사를 겁박한 이번 사건은 평소 심평원과 의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 의사는 “이런 게 바로 적폐중의 적폐다. 의사위에 군림하는 심평원의 갑질 행태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복지부 고시(2004-36호)에 따르면, ‘이학요법료(물리치료) 중 외래는 1일 1회, 입원은 1일 2회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동일환자에 대해 2가지 이상 상병의 병변이 각각 상이하거나 동일상병의 병변이 각각 상이하거나를 불문하고 외래는 1회, 입원은 2회까지만 행위료를 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환자가 목, 등, 어깨, 허리 등 여러 통증을 호소하며 물리치료를 요구해도 의사는 한 곳만 물리치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14년 노환규 집행부에서 복지부와 물리치료 적용기준을 개선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박용언 전 의협 기획이사는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시 물리치료 급여기준 개선은 일차의료 살리기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개선안이 협의됐다.”라며, “피치못할 사정(탄핵)으로 인해 추무진 집행부로 인계된 후 물리치료뿐 아니라 일차의료 개선 협의안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당장 개원가에 도움이 되는 사안이라 너무 안타깝고 아쉬울 뿐이다. 지금이라도 진행해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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