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개설 요양기관으로 적발돼 부당이득 징수금을 납부해야 하는 실질적 개설자인 ‘사무장’이 이를 체납한 경우 성명 등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중인 가운데, 보건당국이 긍정적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특히 건보공단과 전문위원실은 명의를 대여해준 요양기관 개설자도 인적사항 공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반대의견을 전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지난 4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됐다.

현행법은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1,000만원 이상 건강보험료 상습체납자에 대해 인적사항 등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 등으로 수 백, 수 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수급한 사람은 보험료 체납보다 죄질이 나쁨에도 불구하고 규정이 없어 정보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최 의원의 지적이다.

실제로 현행법 제57조는 ‘의료법’ 및 ‘약사법’ 상 요양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사람이 불법적으로 요양기관을 개설한 경우 형식적 개설자인 요양기관(대표자) 뿐만 아니라 실질적 개설자인 일명 ‘사무장’도 연대해 부당이득 징수금(지급받은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불법 개설 요양기관 대상 환수결정액, 징수액 및 체납액 현황(단위: 100만원, %)*주1: 불법개설 의료기관과 약국의 적발 실적을 합한 수치임*주2: ‘요양기관’은 해당 요양기관의 형식적 개설자(면허 또는 명의를 대여한 자), ‘사무장’은 실질적 개설자(면허 또는 명의를 대여받은 자)를 의미함*주3: ‘기타’는 상속자 등의 납부금액을 포함함*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불법 개설 요양기관 대상 환수결정액, 징수액 및 체납액 현황(단위: 100만원, %)*주1: 불법개설 의료기관과 약국의 적발 실적을 합한 수치임*주2: ‘요양기관’은 해당 요양기관의 형식적 개설자(면허 또는 명의를 대여한 자), ‘사무장’은 실질적 개설자(면허 또는 명의를 대여받은 자)를 의미함*주3: ‘기타’는 상속자 등의 납부금액을 포함함*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런데 불법 개설 요양기관에 대한 부당이득 징수율이 매우 저조하며, 징수 대상별로 보면 요양기관보다 실질적 개설자로부터 징수되는 금액의 비중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2018년도 불법 개설 요양기관 환수결정액(6,489억 9,000만원) 중 징수액은 320억 2,100만원으로 징수율이 4.9%에 불과하며, 이 중 요양기관으로부터 징수한 금액이 196억 1,300만원으로 2018년도 전체 징수액의 61.3%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의료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요양기관을 불법적으로 개설한 자가 이를 체납할 경우 성명 등을 포함한 인적사항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등으로 얻은 수익의 환수를 높이고, 불법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했다.

보건당국은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며, 일부 조항에 대해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수정수용’ 검토의견을 통해 “불법 개설 요양기관을 개설하여 부당이득을 얻은 사무장, 면허대여약국 개설자가 징수금을 체납한 경우 성명 등 인적사항을 공개해 고의적인 징수금 체납을 방지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밝혔다.

다만, 타 입법례를 참고해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징수금을 1억원 이상 체납한 경우’ 등, 공개 대상 체납 금액 및 체납 기간 기준을 개정안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수정수용’ 입장을 밝혔다.

건보공단은 “불법 개설 요양기관을 개설해 부당이득을 얻은 사무장, 면허대여약국 개설자가 징수금을 체납한 경우 성명 등 인적사항을 공개해 고의적인 징수금 체납을 방지하려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라고 인정했다.

단, 건보공단은 요양기관 역시 개설자(사무장)과 연대해 부당이득 징수금 납부 의무를 지는 자로서, 체납 시 인적사항 공개 대상에 포함해 의무 이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납부를 회피하는 체납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 납부 의무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불법 개설 요양기관의 경우 적은 의료자원으로 과잉 의료행위를 하는 등 국민의 건강과 건강보험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며, 최근 10년간 적발된 요양기관당 평균 환수결정액이 16억원에 달해 불법행위자가 재산을 은닉ㆍ처분하는 등 성실납부를 하지 않을 유인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당이득 징수금 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 의료기관 및 불법 개설 의료기관의 의료자원을 비교해 보면, 기관당 병상 운영 수, 1개 병실 당 운영하는 병상 수, 고령 의사의 비율, 평균 간호 등급 등에 있어서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 일반 의료기관보다 더 적은 자원을 투입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4대 사회보험 및 국세 관련 법령을 보면 보험료 또는 국세 체납액의 납부를 유도하기 위해 고액ㆍ상습체납자 인적사항 공개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체납에 관한 사항 외에도 법 위반행위가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관련 내용을 공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공정한 거래질서 또는 고용질서를 해하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등의 경우에 관련 법률에 따라 위반행위자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전문위원실은 “인적사항 공개 대상이 되는 ‘부당이득 징수금 체납자’에 면허ㆍ명의를 대여한 자(요양기관의 형식적 개설자)를 추가로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건보공단과 같은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면허를 대여한 의료인ㆍ약사 역시 실질적 개설자가 요양기관의 운영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불법행위의 당사자로서 부당이득 징수금 체납에 따른 제재 필요성을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적사항 공개 대상에 부당이득 징수금을 체납한 실질적 개설자뿐만 아니라 요양기관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면허를 대여한 의료인의 경우 사무장과 달리 부당이득 환수결정 외에도 면허 취소 등 다른 행정제재를 받는다는 점 ▲부당이득 징수금 중 의료인에게서 징수한 금액의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까지 인적사항 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위원실은 다만, “일반적으로 불법 개설 요양기관에 대해서는 개설 시점부터 적발 시점까지 지급됐던 요양급여비용이 모두 환수결정돼 부당이득 징수금의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 적발 이후 합법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면서 체납액을 납부해 나가는 요양기관까지 인적사항 공개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서, 납부 의지를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운영상 재량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4대 사회보험 및 국세ㆍ지방세의 고액ㆍ상습체납자 인적사항 공개 기준*주: 근거규정-건강보험: 국민건강보험법 제83조 및 동법 시행령 제48조-국민연금: 국민연금법 제97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72조의2-고용ㆍ산재보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의6 및 동법 시행령 제40조의4-국세: 국세기본법 제85조의5 및 동법 시행령 제66조-지방세: 지방세징수법 제11조 및 동법 시행령 제19조
4대 사회보험 및 국세ㆍ지방세의 고액ㆍ상습체납자 인적사항 공개 기준*주: 근거규정-건강보험: 국민건강보험법 제83조 및 동법 시행령 제48조-국민연금: 국민연금법 제97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72조의2-고용ㆍ산재보험: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의6 및 동법 시행령 제40조의4-국세: 국세기본법 제85조의5 및 동법 시행령 제66조-지방세: 지방세징수법 제11조 및 동법 시행령 제19조

또한 전문위원실은 “인적사항 공개의 기준이 되는 체납 기간과 체납 액수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인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ㆍ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을 하위법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 제재처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관련 당사자의 권익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징수금을 1억원 이상 체납한 자’를 공개 대상으로 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참고로, 고액ㆍ상습체납자의 인적사항 공개를 규정한 타 사회보험 관련 법률을 보면, 건강보험의 경우 2년ㆍ1,000만원, 국민연금의 경우 2년ㆍ5,000만원, 고용ㆍ산재보험의 경우 2년ㆍ10억원을 각각 체납 기간과 금액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이는 적발된 기관의 평균 환수결정금액, 체납 기간 및 체납 규모를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전문위원실은 인적사항 공개 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심의 기구의 설치 근거를 법률에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체납자 또는 법 위반자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 여부 심의 기구
체납자 또는 법 위반자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 여부 심의 기구

인적사항이 공개될 경우 공개를 철회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해 해당 체납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처분 전에 인적사항 공개의 필요성ㆍ적절성에 대해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의료ㆍ약업계 등 관련 분야 종사자, 법리적 검토를 수행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체납자 또는 법 위반자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를 규정한 근거 법률을 보면, 대부분 인적사항 공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의 기구(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법률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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