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최대집 회장 및 임원불심인안 부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 부결이라는 결과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최대집 회장은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불신임안에 찬성한 대의원이 과반을 넘겨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임시총회는 막을 내렸지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 있다.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되면서 상정되지 못한 비대위 운영규정안이 그것이다.

비대위 운영규정안이 공개되자 일각에서 정관에 위배되는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떤 지적이 나왔을까?

먼저, 비대위의 직무 및 권한과 책임을 규정하고 있는 제5조가 상위규정인 대의원회 운영규정에 위배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비대위 운영규정 제5조(비대위의 직무 및 권한과 책임)제4항은 ‘비대위는 그 직무를 추진함에 있어 협회 회장의 결재를 득하지 아니하는 독자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비대위 예산편성은 비대위 의결에 의하고, 비대위 예산집행은 위원장단회의 의결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대위 운영규정 제1조는 ‘이 규정은 대의원회 운영규정 제25조1항4호, 제26조 및 대의원총회 의결에 근거하여 설치되는 의료정책 4대악저지를 위한 의사투쟁과 관련한 투쟁의 제반 회무 계획을 수립ㆍ집행하고 업무를 총괄하는 비대위의 구성, 구성 및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의원회 운영규정 제26조(비상대책위원회)는 ‘총회는 비대위가 투쟁과 협상에서 대내외적으로 협회의 전권을 갖고 활동하여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도록 비대위의 활동목적, 구성, 운영, 활동기간,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대책 등 제반사항들을 구체적으로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비대위 운영규정의 근거규정인 대의원회 운영규정은 ‘비대위의 재원 마련대책을 총회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한다’고 분명히 하고 있는데, 하위규정인 비대위 운영규정은 비대위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비대위 예산집행도 위원장단회의 의결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 특별회계 신설을 규정한 제12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비대위 운영규정 제12조(특별회계의 설치)제1항은 ‘협회는 비대위 구성안 대의원 임시총회 의결 통과날짜로 비대위 활동을 위한 비대위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항은 ‘회계의 실질적 책임과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으며, 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을 위한 예산안 편성 및 결산서 작성의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협 정관 제20조에 따르면,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과 사업계획에 관한 사항은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이므로 비대위가 임의로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정관을 위반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또, 정관 제14조는 회장이 협회를 대표하고 회무를 통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비대위원장이 회계 권한을 갖는 것도 정관위배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비대위 운영규정 제12조제4항에서 ‘위원장은 예산안 편성 및 결산서의 작성을 위해 협회 회장에게 협회 사무처 직원의 보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협회 회장은 이 요청을 거부 또는 지체시킬 수 없다’고 명시한 규정도, 협회장이 거부할 수 없이 협조해야 하는게 아니라 정관과 재무업무규정에 의거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비대위 구성 사례와 비교해, 위원 구성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9월 16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2017년 9월 16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지난 2017년 9월 16일 임시총회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저지를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비대위 구성을 의결하면서, 비대위 구성 및 운영방안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위임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9월 21일 긴급회의를 열어, 비대위 운영규정을 제정하고 위원 구성을 확정했다.

운영위는 당시 위원장 1인을 포함해 40인 이내로 위원을 구성하면서 병원협회, 공보의협의회, 여자의사회 등 의료계 단체를 폭넓게 포함시켰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저지라는 활동 목적에 맞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에서도 위원 1인을 추천토록 했다.

하지만 이번 비대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30인 이내로 위원을 구성하면서 병원협회, 공보의협의회, 여자의사회를 제외했다.

대의원회 운영위, 상임이사회, 개원의협의회 추천 인사를 3인에서 2인으로 줄였고, 특히 비대위 구성 목적이 의대정원 증원 저지, 공공의대 신설 저지임에도 전공의협의회 추천 인사도 3인에서 2인으로 줄였다.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2017년보다 전체 위원수를 40인에서 30인으로 줄인 만큼 전체적으로 위원 배정을 줄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병원의사협의회 추천 인사를 1인에서 2인으로 늘린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병원의사협의회는 이번 임총에서 회장 및 임원 불신임안과 비대위 구성안을 발의한 주신구 대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다.

특히, 다른 규정과의 관계를 규정한 부칙4조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대위 운영규정 제4조(다른 규정과의 관계)는 ‘이 규정과 다른 규정의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에는 이 규정의 조항이 우선 효력을 갖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의원회 운영규정을 근거로 하는 비대위 운영규정이 다른 규정보다 우선 효력을 갖는다고 명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지적이 3년 전 제기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정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2017년 9월 21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재정한 비대위 운영규정은 집행부가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결과, 곳곳에서 문제가 지적됐다.

비대위가 협회 회장의 결재를 득하지 않고 독자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수 있다는 규정과, 비대위 예산편성은 비대위 의결에 의하고 비대위 예산집행은 위원장단 회의 의결에 의한다는 규정이 대의원총회 의결사항을 규정한 정관 20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별회계의 설치도 같은 이유로 정관 위반사항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비대위 예산은 특별회계를 설치해선 안 되며, 기 승인된 투쟁 및 의료법령대응특별회계 예산을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2018년 1월 9일 제35차 회의를 열고, 법률 검토 의견을 반영한 ‘비대위 운영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을 보면, ▲비대위의 독자적인 예산 편성 및 집행 ▲비대위 특별회계 설치안이 삭제됐다.

특히, 비대위의 소요 자금 배분 및 집행 계획을 대의원총회를 대리해 심의 의결하도록 한 부칙3조의 효력을 정지했고, 다른 규정과 상충되는 경우 우선 효력을 갖도록 한 부칙4조는 삭제했다.

결론적으로 올해 임총에서 제안된 비대위 운영규정은 법률적으로 문제가 많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스스로 개정한 2018년 1월 9일 비대위 운영규정이 아니라, 2017년 9월 21일 운영규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임총에서 의결됐다면 정관과 상충하는 조항으로 인해 법적 다툼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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