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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의 역설

기사승인 2021.04.01  06: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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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가 이필수 후보를 새 회장으로 선출하며 막을 내렸다. 이필수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꾸려 약 한 달간 차기 집행부 운영을 준비한 뒤 5월 1일 취임한다.

코로나19 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는 2001년 직선제 도입 이후 20년 만에 비수도권 출신 회장을 배출했다.

9년 만에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한 후보가 나온 것도 흥미롭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결선 투표였다. 1차 투표에서 1위 임현택 후보는 2위 이필수 후보보다 762표를 더 얻었다. 득표율로는 2.96% 앞섰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이필수 후보였다. 이 후보는 결선 투표에서 1차 투표의 열세를 극복하고 승자가 됐다. 결선투표제로 인해 당선자가 바뀐 것이다.

당선된 이필수 후보를 지지한 선거인은 다수가 원하지 않는 후보를 배제할 수 있어 좋은 제도라고 평가하는 반면, 임현택 후보를 지지한 선거인은 1위를 인정하지 않고 재선거를 하는 나쁜 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도입했느냐며 미리 문제를 제기해야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많은 사람이 결선투표제가 처음 도입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는 지난 2012년 처음 도입됐다.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치러진 당시 선거에서 노환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결선이 치러지지 않았을 뿐이다. 결선투표제는 ‘처음 도입’된 것이 아니라, ‘처음 실시’된 것이다.

결선투표제는 좋은 제도인가, 나쁜 제도인가?

결선투표제는 1회 이상 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최고 득표자에게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선거제도다.

결선투표제를 통해 과반수의 지지로 당선된 회장은 권한 행사에 필요한 민주적 지지를 확보한다.

즉, 상대다수대표제를 통한 당선자보다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는 ‘통합’이 아닌 ‘배제’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는 역기능이 있다.

내가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내가 원하지 않는 후보를 낙선시키는 게 투표의 목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결선 투표의 결과가 1차 투표의 1위가 역전돼 최종 선출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 제도의 본질적 목표와 정반대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필수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얻은 표는 1만 2,431표다. 이 후보는 2001년 선거에서 당선된 신상진 후보에 이어 20년 만에 1만표를 넘게 얻은 당선자가 됐다.

이필수 후보 지지자 입장에서는 선거인의 과반 지지를 얻은 강력한 당선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임현택 후보 지지자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임현택 후보가 1만 1,227표나 얻고도 낙선한 것이다.

결선제도가 1만표 이상 득표한 당선자를 탄생시킨 반면, 1만표 이상 득표한 낙선자도 배출했다.

결선 덕에 이필수 후보는 20년 만에 1만표를 얻은 당선자가 됐지만, 동시에 임현택 후보는 직선제 최초로 1만표를 얻은 낙선자가 됐다.

지난 2015년 추무진 당선자가 얻은 표가 3,285표이고, 지난 2018년 최대집 당선자가 얻은 표가 6,392표인 것을 감안하면, 임현택 후보가 얻은 1만 1,227표가 얼마나 많은 표인지 알 수 있다.

1차 투표의 득표 순위가 결선 투표에서 바뀌면 지지자 간 혼란이 야기된다. 장기화되면 회원간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당선인과 2위 득표자의 득표차가 근소할 경우 당선인의 대표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결선투표제의 도입취지가 과반 득표로 인한 당선인의 대표성 강화이기 때문이다.

이필수 후보의 역전 당선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선거절차에 의해 정당하게 회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다만, 결선투표제가 당선인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회원 화합에도 유리하는 제도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9년전 대의원들은 “회원에 의해 직접 선출되는 당선자는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만, 소수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선출되는 당선자는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도입해야 한다.”라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그랬던 대의원들이 이번에는 “당선자가 회원에 의해 직접 선출되더라도 강력한 정당성을 가지려면 과반을 득표해야 한다.”라며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다음에는 정당성 부여라는 미명 하에 또 어떤 규정을 도입할 것인가?

회원들이 신임회장을 믿고 지지해 준다면 정당성은 자연히 확보된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 중심으로 하나로 모이는 회원들의 인식 변화가 더 시급하다.

장영식 기자 sasilbod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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