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의사협회장 선거가 중반전에 접어든 가운데, 세번째로 마련된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후보들에게 매운(?) 개별 질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국여자의사회(회장 백현욱)는 5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31층 모짤트홀에서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후보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모두 발언, 핵심공약 발표, 공통 질의, 개별 질의 순으로 진행됐다. 관심을 끈 대목은 후보마다 다른 내용으로 마련된 개별 질의였다.

기호 5번 정운용 후보에게는 모든 병원에 의사 노조를 만들겠다는 공약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정 후보는 “현재 의사노조는 9개가 있는데 대부분 재단의 해고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간부진을 꾸리는 게 가장 고민일 정도다.”라고 어려운 여건을 설명했다.

정 후보는 “대다수 병원의 의사들에게 수익 위주의 진료를 강요하거나 인센티브로 유도한다. 장기적으로 국민이 의사를 불신하게 만든다.”라며, “의사들의 노동요건을 개선하고, 국민과 신뢰를 쌓는데서도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병원마다 개별노조를 만들고 상위노조에 가입하면, 상위노조는 병원노조의 대표가 된다. 상위노조는 사용자인 병원협회에 협약을 요청할 수 있고, 계약이 성사되면 단체협약이 된다. 가까운 미래에 봉직의는 병원협회와 맺은 단체협약과, 개별계약 관계를 갖게 된다. 불이익이 없는 모성보호 장치도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협과 관계는 노조위원장이나 주요 간부가 의협의 대의원이 되고, 병협과 관계는 병협은 사용자 대표, 노조는 노동자 대표가 된다.”라며, “이익이 맞으면 협력하고, 다르면 투쟁하면 된다. 파업은 합법적인 권리다.”라고 덧붙였다.

기호 1번 박명하 후보에게는 그동안 의료계 주요 보직을 맡아온 의료계 리더로서, 현재 참혹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의협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주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을 요구했다.

박명하 후보는 “회장을 포함한 집행부에 올바른 판단력이 부족했다. 16개 시도회장단과 대의원회도 집행부의 의사결정 영향을 줄수 있는 지도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라고 판단했다.

박 후보는 “집행부가 원팀으로 치열하게 토론해서 올바른 판단을 해야 했다. 시도회장단도 의료현안협의체 참여를 반대했다. 필수의료 성과를 얻기 위해 참여했지만 우리 스스로 9.4 의정합의를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정보가 회장과 일부 상급임원에게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대의원회 수임사항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도 문제였다. 또, 기득권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홍보전도 아쉽다. 정부와 국회, 대통령실까지 정치력을 발휘할 시기를 놓쳤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사심없고 올바른 판단력을 가진 리더가 중요하다.”라며, “사심없고 올바른 판단력이 저의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기호 2번 주수호 후보에게는 단일화된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사실을 꼬집고, 왜 2007년 제35대 의협회장 시절에는 회원들의 힘을 모으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주수호 후보는 “당시 40대 후반이었다. 선배들이 말리면서 의료계가 만만한 곳이 아니라며 경력부터 쌓으라고 했다.”라며, “회장만 된다고 리더십이 확보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 후보는 “전공의부터, 동료, 선배, 원로까지 때로는 아우를 수 있고, 때로는 카리스마로 끌고갈 수 있는 의협회장이 돼야 의료계 회장이 된다.”라며, “이제 그 위치가 됐다고 생각해서 다시 나왔다.”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카리스마, 리더십을 확보한 회장이 되고 나서는 의사들이 나아가야할 장기적인 비전을 의료계에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수렴된 목표를 가지고 의사들을 단결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제지정제 폐지와 단체계약제 관철, 사이비 의료 퇴치라는 큰 목표를 중지를 모아서 장기목표로 설정하면 의사들을 하나로 뭉칠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호 3번 임현택 후보에게는 소청과의사회장을 압도적인 지지로 연임하는데도 소청과가 정부의 의대증원의 주요 요인이 된 필수의료의 붕괴된 대표적인 과로 소개된 데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임현택 후보는 “지난 2월 98.4% 투표율로 다섯 번째로 연임됐다. 북한 득표율이 아니다.”라며, “회원들이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일을 잘했다고 나름대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임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PCR이 확진검사였으나, 중수본에 RAT가 쓸만한 검사라는 증거를 제시해서 확진 검사로 바뀌었다.”라며, “당시 수가를 잘 받았다. 10명까지는 6만 5,000원이었고, 11명부터는 5만 5,000원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고 총리실에서 결정됐다.”라고 예를 들었다.

임 후보는 “그럼에도 저출산과 이대목동사건 이후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가 맞물리면서 소아과 붕괴를 막을 수 없었다.”라며, “소아과는 행위별 수가제에서 행위가 없고, 진찰료 하나뿐이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다. 다른 과도 소청과 비극을 따라갈 처지에 있는 게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면 소아과 뿐만 아니라 전체 의사들의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소청과 회원들이 강력히 지지하고 잘한다고 박수쳐준 것처럼 의협에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라며, “당선되면 그동안 의사들이 억울하게 당해온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힘쓰겠다. 소청과 회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게 만든 그 힘으로 전국의사 회원의 지지를 이끌어내 기피과 문제, 제도 문제, 법의 문제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기호 4번 박인숙 후보에게는 의협의 정치력 부재를 질타해 온 사실을 언급하며 4월 총선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해 물었다.

박인숙 후보는 “4월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2,000명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은 정치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한다.”라면서, “구체적으로 지정할 수는 없지만 비례와 지역구를 현명하게 판단해서 투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후보는 “과거 의사당을 만들자고 우스갯 소리로 말했는데 이제 때가 됐다. 의료계가 모든 정치 세력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국민으로부터도 질타를 받고 압도적인 왕따가 된 상황에서 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이번 총선에는 힘들지만 늦어도 4년 후에는 젊은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깊이 느꼈다.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하면서도 정치세력화를 항상 이야기했지만 정치세력화는 국회와서 사진찍고 머리 띠 두르는 게 아니다.”라며, “16개 상임 위원회에 의사가 모두 있어야 한다. 보건복지위원회 외에도 모든 위원회가 중요하다. 법조인은 모두 들어가 있는데 의사들은 없다.”라며 국회 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후보들은 각기 다른 핵심목표를 내세웠다.

주수호 후보는 3분 진료에서 벗어나 충분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 개선을 내세웠다.

임현택 후보는 의사가 국민에게 존경받고 정치인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의료환경을 목표로 꼽았다.

박인숙 후보는 의대신설을 막고,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젊은 후계자를 키우겠다고도 했다.

정운용 후보는 의협을 민주적인 전문가 단체로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료형태에 대해 토론하고 표준처방을 제시해 활성화 시키겠다고 했다.

박명하 후보는 의료인 면허박탈법 개정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의사가 의협에 참여하도록 하고 소수직역과 산하단체를 배려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여의사회의 관심사항인 여성 회원의 회무 참여 확대에 대해선 모든 후보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박인숙 후보는 여성 회원의 회무 참여를 30% 이상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정운용 후보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해 단기적으로 40%, 장기적으로 50%까지 여성 회원의 회무 참여를 높이겠다고 했다.

박명하 후보는 구체적인 약속은 함부로 할수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성 회원이 41대 집행부보다는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수호 후보는 대의원의 경우 의협회장 권한 밖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하부 조직 지도자에게 여성회원에게 활동기회를 많이 부여하도록 요청하고, 상임이사는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임현택 후보는 3년 전 저를 회장으로 선출했다면 여성 회원의 회무 참여 주제가 올라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여의사회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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